속절없이 먼저 간 그대여
속절없이 먼저 간 그대여
강 희 영
그대 너무 일찍 속절없이 먼저 가 버렸소
가기전 삼십오년의 세월의 짐을 내게 내려놓고
태평양을 건너 물어 물어 찾아온길
그리 오래 걸렸소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리고 당신이 돌보았으면 내가 불행하지 않았을거라고
마치 당신의 탓인냥 미안해 하던 당신
당신의 친구들은 모두 모두 모여서
즐겁게 노는데 당신은 있어야 할 자리에 없구려
무엇이 그리 바뻐 사랑하는 아내도 자녀도
그리고 평생 그리워하던 연인도 나두고 그리 가셨소
먼길 아주 먼길 떠날 줄 알고
그대는 내게 찾아와 다시 한번
애뜻한 그대의 마음을 전하였구려
내 마음에 그대는 잊혀진 사람이었소
싫다고 떠난 그대가 보고 싶지 않았소
그런데 버린 그대가 날 못잊고 있었다는 말을 듣고
위안을 받았소
나는 그렇게 그대의 마음의 연인으로 아름답게 남아 있었구려
부부 싸움을 할 때마다 떠 오르는 아름다운 추억의 연인으로
그리고 당신은 내게 그 말을 하고
그렇게 속절없이 가버렸구려
다음을 기약하자고 어린 소년같은 약속만 하고서
절대로 절대로 전화번호를 바꾸더라도 꼭 알려달라고
전화번호를 몰라서 연락 못하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당신은 내게 후일을 도모했소
그런데 그것은 당신의 생각이었소
조물주는 당신과 나의 인연이 없음을 알려 주었소
단지 애타는 당신의 마음만 받아 드리고 추억으로 살아가도록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억하라고
지금 당신이 없는 세상에 나는 아주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소
그런데 당신의 기억은 남아 있다오
아름다운 추억으로.
한해가 가면서 당신을 추억하고 있소
날 버린 사람였다고. 그리고 당신이 나를 못잊어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당신은 어느곳에도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그냥 세월에 묻힌 사람이되었소
그렇다오.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도
서로 존재하면서 느낍시다.
아니 물론 당신은 먼저 귀천한 곳에서
또 나를 기다리고 계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