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책 길

두부장사 2011. 11. 30. 23:18

산책 길

 

                         강 희 영

 

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빌라 촌을 나선다.
들깨 밭을 지나 사잇 길로 나가면 졸 졸 흐르는 개울물이 보인다.
개울을 끼고 걷다 보면 스키장이 보인다.
스키장입구에서 우측으로 돌아서면 다시금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 소리가 들린다.
얕트막한 산을 오르면 볏 잎단이 보이고. 산새소리가  반긴다. 
개울물소리가  심연에 평안을 주며 심호흡을 시킨다.
아파트개발붐이 일면서 전세 값과 월세 값이 치올라 이 지역에서 낙후된 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곳은 공존의 숨결이 있었다.
겨울이면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처럼 없는 사람들이 살기도
편안한 곳이다.  정들면 고향이라 했던가. 
아파트단지속에서 인공산책길을 걷던 때와 달리 눈 녹은 황토 길을 걸으며
질퍽이는 약수터 길을 오른다. 이 길은 가다보면 계단식으로 산을 개간해 놓았다.
가을에는 배추가 여기저기 탐스럽게 속이 차 있었다.
도시의 뒷동산에 벼농사를 지어 놓기도 했다.
산 중턱에 오르면 가까이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그 흔한 아파트 한 채 . 빌라 한 채. 전세 집 한 채 없어도.
이 산책길은 나를 부른다. 가을 날 곱게 물든 단풍잎은 나를 붙잡고.
아름다운 단풍의 자태를 보인다. 단풍잎새 하나에 오묘한 색깔의 향연은 풍요롭게
한다. 평화롭게 펼쳐진 볏 집단은 도시의 아픔을 도무지 생각조차 안 나게 만든다.
반기는 산새소리는 개울물 소리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작은 바위들은 황홀한 빛을 띄우고 나의 발목을 잡는다.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무와 개울물 소리와 산새소리.
들풀들의 잎 새들이 눈을 통해 들어 와서 귀에 속삭인다.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다.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할 줄 알았는데.
잃어버리고 잃어버리다. 주고 주다 포기하니 더 많은 것이  기쁘게 한다.
이제는 많이 가진 자가 부러운것이 아니라 불쌍하다.
더 채우고 싶은 우리의 속성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