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겨울날

두부장사 2011. 2. 9. 16:57

유난히 추운 겨울날

 

                        강 희 영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춥다

영하 이 십도를 넘나드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삼한 사온이 없어져

더욱 느껴지는 체감온도

 

원도 없이 걸어 본 눈길

무진장 내린 흰 눈 천지

꽁 꽁 얼어 붙은 눈길에

흰 눈도 풍성하다 못해

눈 속에 이웃을 가는

터널을 뚫을까 공상을 하고

 

흰 눈이 거리에 가득한 날

러시아를 연상하며

닥터 지바고 영화를 되내이면서

목도리에 마스크까지

온 몸을 감싸고

두 눈만 빠꼼히 내밀고

주인공 라라의 눈물 고인 눈동자를 그리며

하염없이 걷는다

 

 

성스러운 눈이 내린 거리

질척거리며 검정색 거리가 되고

속세에 내맡겼던 내 마음처럼

 

일찍이 청춘의 시절에

내 인생의 동토의 겨울은

아주 혹독하게 왔다

 

너무 춥고 추워서

시리고 시려서

그래도 강추위는  견딜 만 했다...

청춘이기에

그래서 아주 유난히 추운 겨울

살아 있다는 느낌을

 몸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숨을 쉬고 있으니 추위를 느낄 수 있다

감사한 겨울

따뜻한 봄을 사모했건만

어느새

그 추운 동장군도

봄 처녀에게 자리를 내어 주네

 

 

그래  살아 있음을

이래 저래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아주 추운 겨울이 지나니

조금만 따뜻한 날이 와도

너무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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