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겨울날
강 희 영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춥다
영하 이 십도를 넘나드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삼한 사온이 없어져
더욱 느껴지는 체감온도
원도 없이 걸어 본 눈길
무진장 내린 흰 눈 천지
꽁 꽁 얼어 붙은 눈길에
흰 눈도 풍성하다 못해
눈 속에 이웃을 가는
터널을 뚫을까 공상을 하고
흰 눈이 거리에 가득한 날
러시아를 연상하며
닥터 지바고 영화를 되내이면서
목도리에 마스크까지
온 몸을 감싸고
두 눈만 빠꼼히 내밀고
주인공 라라의 눈물 고인 눈동자를 그리며
하염없이 걷는다
성스러운 눈이 내린 거리
질척거리며 검정색 거리가 되고
속세에 내맡겼던 내 마음처럼
일찍이 청춘의 시절에
내 인생의 동토의 겨울은
아주 혹독하게 왔다
너무 춥고 추워서
시리고 시려서
그래도 강추위는 견딜 만 했다...
청춘이기에
그래서 아주 유난히 추운 겨울
살아 있다는 느낌을
몸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숨을 쉬고 있으니 추위를 느낄 수 있다
감사한 겨울
따뜻한 봄을 사모했건만
어느새
그 추운 동장군도
봄 처녀에게 자리를 내어 주네
그래 살아 있음을
이래 저래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아주 추운 겨울이 지나니
조금만 따뜻한 날이 와도
너무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