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숙사에서 쫒겨난 아들

두부장사 2011. 11. 30. 23:11

기숙사에서 쫒겨난 아들

 

                                                      강희영

 

 

  곤한 잠이 들은 새볔녘 따르릉 소리.  아들의 소리가 들렸다. 잠 자니까 내일 다시 하라고 하며 수화기를 놓았다. 그러나 재차 울리는 벨소리에 잠이 깼다. 밤중에  왜 전화를 하냐고 아들한테 짜증을 내었다. 아들의 다급한 전화 속 목소리.

"엄마, 나 오늘밤 기숙사에서 쫒겨나게 생겼어" 

 아니 이게 무슨 자다가 홍두께비 같은 소리람.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들한테 이번에는 내가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물어 보았다. 아들은 멀리 강원도 강릉의 대학교 기숙사에서 있다. 그런데 왜 쫒겨나는지 황당할 수 밖에.

  사연인즉 고등학교 동창과 같은 대학을 갔다. 그런데  기숙사가 서로 달랐다. 아들은 강릉. 친구는 양양 기숙사에 있다. 양양에서 강릉으로 학교를 다니는 친구. 강릉에 학교가 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양양 가는  셔틀버스를 놓쳤다.  막차까지 보내고 술이 취한 상태에서 친구 기숙사에를 찾아 온것이다.

우리 아들은 농구 동아리에서 농구를 하고 9시 30분에 기숙사에 들어 왔단다. 친구는 10시5분 전에 기숙사에 들어와 있었다. 기숙사 셔터가 내리고 이친구는 기숙사에 숨어 있었다.그리고 아들이 들어 오니 그방으로 와서 재워 달라고 했단다. 기숙사는 다른 사람이 와서 잘 수가 없음을 학생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술이 취해서 들어 온 친구를 그 밤중에 갈 데도 없는데 내어 쫒을 수가 없었단다. 1차적으로 그러면 내가 쫒겨나니 가라고 했지만 친구가 숨겨 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한방에 있는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숨겨주었단다.

  10시면 점호를 하고 방을 점검을 한다. 서랍장을 완전히 열고 빼빼 마른 친구가 쪼그리고 들어가 누웠고 서랍을 다시 넣고 닫았다. 그래서 일단 통과를 했다. 그러나  술 취한 친구가 샤워를 하겠다고 하였다. 못 하게 말렸지만 샤워실에 가다가 순찰을 도는 형한테 들키고 신고가 되었다. 모두들 사감선생님한테 불려갔다. 사연을 들은 선생님은 친구를 무단으로 재워준 우리 아들이 기숙사법을 어겼다고 나가라고 하였다. 아들은 고등학교 3년동안 계속 같은반였던 친구라고 사정을 하였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받은 나는 한잠도 잘 수 없었다.

  다음날 그 친구 엄마와 또 같은 대학에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 엄마와 강릉에 갔다.  기숙사 사감을 만났다. 엄마들 셋이서 사정을 하였다. 이 친구들은 고등학교부터 계속 같은 반 였고 대학도 같이 왔노라고. 그리고 친구 엄마가 차라리 당신 아들을 벌을 주라고 하였다. 당신 아들때문에 친구가 기숙사에서 쫒겨나면 다시는 기숙사에 들어 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로 방을 얻어서 자취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힘이 든다. 그러나 사감님은 냉정하다. 감정적으로는 친구이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을 인정한단다. 그러나 기숙사법이 이런 사정을 들어 줄 수 없단다.

 참 난감하였다. 그렇다고 아들을 야단칠 수도 없었다. 우정이냐. 아니면 내가 살기 위해서 그 밤에 술 취한 친구를 길로 내어 쫒지 못했냐고 야단을 칠 수도. 또 그 친구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아들의 친구이니. 친구 엄마한테도 무어라 할 수 도 없고

 교육은 친구와 의리를 지키라고 했다. 그런데 위기의 순간에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은 차마 못했다. 가정교육이 잘 된 것인지. 아들이 이기주의가 아니라고 칭찬을 해야하는지. 참으로 난감했다. 이 갈등을 어찌하랴. 이미 일은 벌어지고. 우리 아들은 어려운 부모를 경제적으로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 뒤 우리 아들은 기숙사에서 바로 퇴출되었다.

 담당교수를 찾았다. 그러나 교수님도 친구끼리 그럴 수 있다고 하신다. 방을 얻을 수 없으면 당신 아파트에서 데리고 계시겠단다. 나는 할 수 없이 어렵게 자취를 시켰다.

  아들이 잘못했다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주의를 시켰다. 앞으로 군생활에서나 사회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물론 이익을 따지는것은 옳지 않지만 실정법을 어기는 것은 안된다고. 군에서도  법을 어기면 영창을 간다고 말했다. 사회에서의 냉정함도 이야기했다. 이기적으로 교육을 시킬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 이성적으로 차겁게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따뜻한 사회를 만들러 가라고 말하면서 이율배반적으로 할 수 도 없다. 현실의 맹점이다. 친구의 의리를 지키려다 대학생활 삼 년반 동안 우리 아들은 다시는 기숙사에 들어 가지 못하는 산 교육을 배웠다. 어쩌면 법의 존엄성을 기숙사에서 가벼운 처벌로 배웠다. 이 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게.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쉽다. 그때 우리 아들이 그 친구를 보냈다면. 찜질방이라도 가라고 내밀었다면?  그랬다면 그 친구가 길에서 어떤 봉변을 당했을지도 모르는데....부모 노릇도 친구 노릇도 힘들다. 노릇을하고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감정과 이성은 엄연히 다르다. 이해 타산이 달라진다. 아들의 어떤 처신이 옳은 것 인지 해답이 없다. 그러나 어쩌면 손해 보는것이 낫다고 가르치는것이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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