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배추
야채가게에 가면 잘 생긴 탐스러운 배추들이 속이 꽉꽉 차서 달착지근하니 맛이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소독을 한 배추라는 사실이다.
함유량까지 어찌 알 수 있으랴. 상품가치는 일등, 특등 값이니 가격도 제데로 받을 수 있다.
물론 그 가격은 품값도 안 되지만 .또한 소독을 안 하고는 상품도 나올 수 없는 작금의 현실.
올 봄 운 좋게 남의 노는 땅을 얻어 텃 밭을 만들었다.
배추모종을 한판 사다 심었다.
한판에 80개가 담겨져 있었다.
모종 하나에 100원. 농비를 주고 갈아 업어 밭을 가는데 경운기로 갈아 업고 수고비를 드렸다.
취미 삼아서라지만 만만치 않게 돈이 들어갔다.
취미도 취미지만 주말 농장도 대여하는데 가격이 만만치않아 못 얻었던 차라 즐거운 마음으로 밭을 가꾸었다.
배추는 심어 놓으니 날이 갈 수록 부쩍 부쩍 자라는데 배추답게 잘 자라고 있었다.
푸른 잎사귀가 생겨지면서 잎이 벌어지고 그 안에는 더 여린 푸른빛과 노란빛을 띤 새잎이 나오고.
생명의 신비는 유심히 지켜보고는 가운데 다시 한번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배추보다 더 바쁜 것은 그 옆에 자라는 풀들이었다.
“색시방” “비름나물” 등 이름도 모르는 풀들이 배추를 제껴버린다.
어찌나 탐스럽게 잘 자라는지 그것들이 상품이었으면 할 정도로 잘 자라는데 ,
잡초같은 인생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매일 매일 풀과의 전쟁을 벌였다.
글쎄 이제는 길을 가다 풀이 보이면 벌써 마음으로 그풀들을 한움큼씩 뽑아버리고 있었다.
배추는 잘 자라는듯 하더니 어느새 온갖 벌레들이 다 모여 들었다.
달팽이 , 무당벌레, 배추벌레...신들이 났다.
아 글쎄 얘네들 자기네 텃 밭인냥 온통 배추잎에 붙어 버렸다.
풀을 뽑으려하면 조그마한 개구리가 풀짝 뛰어서 도망치고, 나를 놀라킨다.
사실은 지가 나 때문에 놀랐을 터인데. 배추가 어느 정도 속이 차려고 시작하니 ,
겉의 잎사귀들은 구멍이 송송 뚫어지기 시작해서 구멍 반 잎사귀반이 되었다.
그냥 나두면 벌레들이 다 먹어서 배추를 수확할 수 없어서 다 뽑았다.
다듬는데 그냥 거의 그데로를 구멍이 뚫린체 소금에 절여서 김치를 담기로 했다.
배추가 보기에는 뻑 센 듯 하나 어찌나 고소하고 맛이 있는지.
(푸른 잎만 있는 배추가 속이 안 찬 것은 차기 전에 벌레 때문에 수확해서입니다)
밀가루 풀을 쑤고 오래 삭혀진 멸치 액 젖을 푹 달여서 마늘 생강만 넣고 ,
고추 가루는 어차피 푸른 잎이라 넣어봤자 빛이 안 날 터이니
고추씨 갈은 것을 듬뿍 넣고 버무렸더니 그 맛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점잖은 포기김치는 아닌데 국수 삶아서 송송 썰어 얹어 먹으니 기가 막혔고
뜨거운 밥 찬물에 말아서 함께 척 척 얹져 먹으니 고기반찬이 안 부럽고
이렇게 맛있는 김치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봐?
아니 내 음식 솜씨가 이리 좋단말인가?
글쎄, 솔직히 그것이 아니라 물좋은 배추를 벌레하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니 김치맛이 더욱 맛 있었다.
아파트 옆집 윗층 함께 나누어 먹으니 다 탄성을 질렀다.
자연속에서 인간이 독차지 하려하니 소독약을 뿌리고 상품화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연속.
그냥 벌레들이 와서 함께 먹을 수 있는 자연친화 채소들이 우리에게 멋과 맛과 건강과 인심을 주는데......
우리는 알면서도 외면하고 산다.
오늘 내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그리고 겉을 너무 중요시하고 사는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