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된 수필

아버지

두부장사 2010. 2. 26. 13:48

아버지


                                                                    강 희영


 오똑한 코. 선명한 쌍꺼풀 진 눈. 닥터 지바고의 주인공. 오마샤리프보다 더 잘 생겼던 분. 그분의 눈길을 잊을 수 없다. 6.25참전 용사로 빨지 산 작전 때 얻은 지병. 의술이 발달 되기 전. 담석증 수술 후 합병증으로 간 경변이 오더니 45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두고 가셨다. 늘 병원에서 링거 병을 꽂고 소변 줄을 늘이셨던 그분. 올망졸망 오남매를 잊을 수 없어 그 큰 눈을 뜨고 눈물을 주루 룩 흘리시던 모습. 두 눈을 감겨 드리며 오열했던 그날. 오늘에야 젊은 아내를 두고 가는 것 이 원통 했던 것 을 알 수 있다. 대입공부한답시고 병상의 아버지를 거의 찾지 못 했던 불효여식.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카메라를 선물하셨던 멋쟁이 그분. 중3 수학여행 때는 여행 가던 전날 밤 지방에서 올라 오셨다.  당일 아침 서울역까지 배웅해 주시던 정많던 아버지.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이란 책을 딸과 함께 읽었던 아버지. 당신을 닮은 남편을 만나려했던 딸의 심정을 하늘나라에서 아실까?. 정반대 성품의 남편을 만난 딸. 남편의 큰 목소리는 나직한 아버지 생각을 더 나게 하였다.  너무 착하고 여리고 순해서 마흔 중반도 넘기지 못한 그 분. 내가 그 나이를 넘길 때 조금은 불안했다. 무지랭이같은 자식들 . 명줄이라도 길게 하고픈 그분의 간구 때문에 우리 형제들은 허약체이면서도 건강하다. 내가 아버지 나이를 훌쩍지나 돌이켜보니 불쌍한 분이다. 어릴 적 생모와 강제로 헤어지고 서모 밑에서 구박과 홀대를 받으며 자랐다고 하신다. 재산상속 때문에 늘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서 무척이나 소심했던 분. 직장 생활하느라 항상 두 집 살림을 했다. 그래서 어머니와 살던 시간도 짧았다. 그러나 살만하니 저세상으로 가버리셨다. 다음 세상에서 그분을 보려면 동생들에게 잘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자식사랑 . 그 기막힌 사랑을 얼마 해보지도 못하고. 요절하신 그분. 물 한 그릇 떠 놓을 자식도 없이. 모두 어린 나이에. 어린 나는 물 한 그릇 떠 놓고 혼자 울기도 했었다. 이제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추억속의 아버지에게 나는 뭐라고 말할까. 부모는 자식을 위해 오래 살아야하는데. 건강하게.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서로 울타리가 되어야하는데. 아버지. 인명이 재천인데 어찌 할 수 없었다. 남동생 얼굴을 볼 때마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내 아버지 사랑합니다...남편은 오래오래 살아서 아이들의 아버지자리를 지켜 달라고 기도한다...저도 엄마의 자리를 오래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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