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두부장사 2011. 11. 30. 22:29

 

기다림의 미학


            강 희 영


찻잔을 앞에 놓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

이제나 저제나 책을 보며

성냥낱알을 쌓으며 집을 짓고 헐고


창밖을 쳐다 보며

음악을 듣고 디제이를 쳐다 보며 웃음짓고

쪽지를 전하며 음악 신청을 하고


그러고도 못 만나면

또 편지를 쓰고

그 집 앞에 서성이고

둘이서 만나던 장소에 가서 배회하고


그렇게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던 세대

조급함으로 바뀐 인터넷 세상의 기다림 

핸드폰, 화상통화, 문자로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는 신세대의 만남

메일을 받았는지

 받고도 일부러 답장을 안 하는 것까지 알 수 있고

쪽지를 통해 또는 채팅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문화


절로 성급해지는 마음

망설임도 없이 전해지는 마음과 마음

빨리 결정되어지고

은근함이나 기다림이 답답한 지경이 되니

백일된 만남을 기리고 자랑하는 우리의 젊은이

 천 일된 만남은 기적처럼 느껴지니


꽃 피고 새가 우는 계절에

돌아오는 사랑은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눈길에 덮여 잊혀지고


또 다른 낭만을 찾아 나서는

젊은이의 사랑의 풍속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가성 여인(우물가의 여인)  (0) 2011.11.30
탁구를 배우면서  (0) 2011.11.30
이태석 신부님  (0) 2011.11.30
꽃의 사랑  (0) 2011.11.30
단풍 이야기 2  (0) 201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