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엄마처럼 안살래

두부장사 2010. 4. 23. 11:56

    엄마처럼 안 살래

                   강희영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 딸들.  열심히 살면서 뒤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딸인 내가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었다. 그런데 내 딸도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배신감을 느끼며 역지사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돌아본다.

누구든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 해 살건만 부모 자식지간도 냉정히 살펴보게 된다.

냉철한 입장을 갖기는 힘들지만 . 가까이 생활하다보니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오남매의 맏이는 역할을 다 하지 못해도 어깨는 늘 무거웠다. 더욱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의 가출로 뿔뿔히 흩어진 가족. 어린 동생들은 작은집에 할아버지와 살고. 19살인 맏이는 3살 터울의 동생 둘과 어찌 살았는지 기억도 아물아물.  방송 프로 중 용서를 비는 버린 자와 버림을 받은 자. 남의 일은 가슴이 아린 연속극처럼 볼 수 있지만 . 세월을 이고 살아 온 사람은 모두가 부질없는 짓. 사연이 없는 자가 어디 있으랴만. 시간은 용서를 낳고. 마음의 응어리는 잠시 치유되는 듯 하지만 깊은 상처가 어찌 사람의 힘으로 나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옛 말에 팔자 도둑은 못한다나. 가계에 흐르는 내력을 어찌 사람이 피할 수 있을까. 여인 삼대는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자식을 버린 모친을 용서할 수 없는 세 딸은 자신의 자식을 보석처럼 지키느라 남보다 더 힘들게 살아갈 수 밖에.

당당한 모친을 바라보며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힘들고 어려워도 천형을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절대자를 의지하며 눈물의 세월을 살았다. 그리고 그의 딸은 성공을 하고 평안한 생활을 한다. 그런데 그 딸은 또 나를 향해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한다. 싸우면서도 모녀관계는 억척스럽게 이어지는데. 당당한 모친을 이해하면서도 엄마의 인생을 엄마로만 바라보는 딸의 입장. 엄마는 늘 엄마이기를 요구한다. 여자로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이해하기보다는. 엄마는 엄마로서. 나는 나로서. 내 딸은 딸의 입장에서. 중간의 입장에 있는 중년의 나는 때론 혼란스럽기도 하다. 시대를 초월하여 자기의 인생을 즐기신 나의 친정 엄마. 다른 이들이 느끼는 평범한 어머니가 아니다. 그 여인이 노년까지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유아기적 상태를 나타낸다. 병들어 때로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엉뚱한 소리를 하며 자신의 지난날의 잣대로 재며 자식을 힘들게 한다. 나의 친정어머니는 이렇게 아주 당당한 분이다. 그런데 용서하며 왕래를 하다가도 보기 싫을 때는 왕래를 멀리 한다. 자식이 부모를 . 부모가 자식을. 서로가 자신의 입장을 지키며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외치면서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혈연관계. 병든 모친이 자신의 노후에 그나마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약간의 물질이라도 있으니 . 자식에게 짐은 되지 않으니 감사해야지. 자식을 위해 가시나무가 된 나는 자식에게 노후의 짐이 된다면. 아주 찹찹한 마음으로 병든 모친을 바라보며  미래를 상상한다.

정부의 복지 사업이 잘 되어서 선진국처럼 아름다운 노후를 보장받기를. 노후 보장을 하지 못한 엄마는 그래서 딸을 자유롭게 해 주어야되는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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