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두부를 팔러 다니는 아줌마입니다. 속칭 "딸랑이" 라며 종을 흔들며 팔아야하는데 종 흔드는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 여자가 흔드는것은 손목에도 무리가 오고 쑥스럽기도 하고. 또 손목인대가 늘어나 있는 상태인지라. 그래서 녹음을 해서 확성기로 차를 가지고 다니며 하는 장사 입니다.제가 51세이니 지금은 부끄러울것도 없고 오히려 용기가 가상하다고 칭찬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지금부터 무려 18년전 이야기입니다. 제나이 34세때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꽃다운 그나이에, 억척이지 생활이 무엇인지 대학을 졸업한 제가 자존심은 무척이나 강했지만 , 생활전선에 뛰어 들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는 그랬잖아요. 여자들 할 수 있는 직업이 별로 많지 않아서. 특히 주부들은 말이예요. 세아이들 학비며 생활비 만만치 않았어요.집도 장만해서 주택부금 넣으랴, 융자금 넣으랴. 남편 혼자 벌이로는 어쩔 수 없었지요. 제가 리어커를 끌고 다니며 종을 치고 두부를 팔았어요. 새볔5-7시, 오후4-6시 두타임으로 나누어서 식사 준비시간을 이용해서 골목골목 누비고 다녔지요 이동네 저동네 구경도 하고 ,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고 다니면서 사람의 천차만별로 사는 모습을 보면서 . 제가 말띠거든요. 그냥 살림만 하지 말고 장사만 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당시 하루 벌이가 2-3만원은 되었으니 힘든만큼 벌이도 좋았죠. 동네 지도를 만들만큼 구석 구석 사정을 다 알 수 있었죠.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대문이 높은 집은 행상들한테 물건을 잘 안사지요. 넉넉지 않는 서민들 두부 한모면 한끼 반찬이 해결 되잖아요. 그러니 서민층이 제 고객이지요. 그런데 리어커 끄는것 꽤나 힘든것 아셔요? 빈 리어커도 힘들어요.특히 구리시는 언덕이 많아서 오르내릴때 학생이나 아저씨들이 밀어 주지않으면 무척 힘들었어요. 추석 명절을 앞두고였어요. 명절에는 두부가 많이 팔려요. 제사상에도 부쳐서 놓고 동그랑땡도 만들고 만두속도 넣어야하니 보통 서너모는 사거든요. 아니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한판을 달라시는 거예요. 두부 한판이 12모이니 대식구인가 보다 했지요. 돈을 미리 받고 집까지 배달을 했는데 , 아저씨뒤를 졸 졸 따라가서, 그런데 이아저씨 들어 가시더니 안나오시는거예요. 듣자하니 아줌마한테 혼나고 계시지 뭐예요 두부가 한판이 뭐가 필요해서 샀냐고 소리지르시고 아저씨 다 먹을 수 있다고 소리 지르시고. 조금 있다 아줌마 나오시더니 저를 한번 획 보시더니 "새댁이 파는거유?" 하시지 뭐예요. "네" 하고 대답하니 이리놓으라고하곤 빨간 고무통에 수도물을 틀으며 두부를 그곳에 내려놓고 가라고 하시며 웃으시더라고요. 아마도 아저씨가 새댁이 팔러 다니니까 안스러워서 다 사셨나보다고 하시면서요. 어찌나 미안하고 민망하던지 필요치 않으면 반은 가져가겠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아저씨 추석 끝에 한 보름정도는 두부음식만 잡수셨든지아니면 동네 이집저집 나눠잡수셨는지 모르겠어요. 그날 장사는 그래서 조금 빨리 팔았어요. 열두사람이 살 것을 한사람이 사셨으니... 그뒤로 나는 늦둥이가 생겨서 장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놀이방을 운영하다 . 아이들 보는것이 체력이 부족해서 힘이들어서 다시 두부장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확성기소리때문에 어떨때는 내가 틀어 놓고도 나도 귀가 멍할 때가 많죠, 그런데 낮잠을 주무시거나 직업상 그때가 수면 시간이거나 아기들 잠을 깨는것은 정말 죄송해 안들린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해서 크게 틀다 작게 줄이기도 하고. 그런데 어쩌겠어요. 맞벌이를 안하면 살기 힘든 세상이니 . 지금도 골목 골목 저를 기다리며 반찬을 만들 준비를 하시는 분들 , 제가 와야지만 밖으로 나와 말을 할 수 있는분들, 때로는 중풍이나 몸이 불편하신분들은 창문으로 말씀하시면 배달도 해드리고 안부도 묻고. 동네꼬마들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결이, 인혁이는 매일 두부를 한모씩먹어요. 날두부를 김치를 얹어서요. 하다못해 어떤집 강아지는 제목소리가 들리면 이리뛰고 저리 뛰고 주인한테 빨리 나가서 어묵사오라고 방방뛴다고 합니다. 저 인기 많아요. 특히 저보고 목소리 예쁘다고 방송실에 근무 했었냐고 묻는분들도 있고요 목소리가 예뻐서 나왔다는 주부도 있어요. 저요 키도 크고 아직은 얼굴도 인상이 좋다고 해요. 그리고 마음씨도 예쁘데요. 친절하고 항상 생글 생글 웃고요. 할머니들 특히 생활력 강하다고 너무 예뻐 해주셔요. 그런데 가끔 나오셔서 시끄럽다고 욕도 하시는분도 계시고 어떤 슈퍼 아저씨 장사 방해한다고 차도 가로 막고요. 슈퍼 아저씨 미안해요. 먹고 살다 보니 가게 얻을돈은 없고 그리고 가게는 피해서 조금 옆에서 파는데 이해해주셔요. 지금은 경기가 워낙 안좋을때이니 많이 벌지는 못하지 그날 그날 하루벌이로 만족하답니다. 우리가 어찌 내일일을 알 수 있겠어요. 그날 그날 충실히 살면 되겠지요. 저요, 타우너로 다니면서 혼자 운전하고 두부팔고 콩나물도 팔고 콩국도 팔고 및반찬등 싱싱한 계란등 여러가지 팔아요. 꼭 대형마트에서 사시는분들, 제 두부 금방 만들어서 글짜 그데로 따끈 따끈한것 파시는것 잡수어보신 분들 아시지요? 많이 팔아 주셔요. 힘들고 어려운분들 서민의 대표식품 두부를 잡수시고 힘내시고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해서 살면 인생은 힘들어도 살 맛이 나는것 아니겠어요. 자신감도 생기고 , 남도 돌아 보며 그냥 그렇게 더불어서 살아가니 인생은 아직은 살맛이 나는 시대입니다. 또 추석을 앞두면 그 아저씨 생각을 하며 나는 혼자 웃습니다.
마석에서 두부장사아줌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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