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나의 사전에는 없는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사는 것이 바쁘다 보니 센티해질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 우울증이 나를 사로 잡으려 한다. 기억해보았자 소용이 없는 과거 이야기로 괴롭힌다. 과감하게 벗어나려고 노력을 한다. 사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으니. 걱정한들 키를 한자나 더 할 수 있으랴는 말처럼. 그러나 감정은 감정을 사로 잡아 쓸데 없이 옛일을 꺼내어 자신을 학대하며 지난날을 되씹고 . 부질없는 일인데. 상상의 나래를 펴며 소설을 쓴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을 어쩌라고. 앞날을 생각하기도 시간은 부족한데.
그런데도 마음을 붙잡고 슬픔의 눈물을 삼키게 만드는 상념들. 어떠한 일이든 선택이 끝났는데. 그 시간을 붙잡고 몸부림치며 시간을 보낸다. 부질없는 일임을 알면서. 그 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이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 자신의 상상의 나래로 이끌며. 그렇게 하얀밤을 지새우다 . 그밤의 선택을 어찌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의 전화는 생명을 살린다. 현재의 다른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을 하는데. 지난날의 친구는 전화를 걸어 무조건으로 내편이 되어 나를 두둔한다. 왠지 천군만마를 얻은 듯 신이 나서 하소연하고 . 확실한 내편을 만든다. 너무나 고마운 내 편.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알아 주는 것이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시간에 우연히 전화해준 친구. 그는 마음을 들어주고 잘 참고 살았다고 노고를 치하해준다. 푼수 같은 이야기에 심혈을 기우려주며. 그냥 그렇게. 날씨까지도 우울한 비가 내리고 있지만 . 나를 알아주는 그 친구의 따스한 위로는 또 다른 에너지로 생명을 주었다.
누구든 자신의 입장이 있으니 . 입장 차이로 이해의 폭도 다르다. 그러나 때로는 잘 잘못을 떠나 무조건 편이 되는 것은 . 그것은 한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비록 돌팔매를 맞을 잘못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를 내편으로 만들고 이해를 받은들. 자신이 자신을 돌아볼 때 잘못을 알기 때문이다. 모두가 잘 난 시대에 . 어수룩하지만 최선을 다 해 살아온 삶이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면 우리는 슬프다. 늪처럼 빠져드는 우울증에 사로 잡히지 않으려면 자신의 편을 만들고 이해 해 줄 친구를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함을 깨달았다. 어느날 문들 생각나는 친구. 그 친구가 지금 나의 도움을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며 전화기를 든다. 서로 텔레파시가 통해 . 그렇게 슬픔을 이겨내는 친구가 된다면. 이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우리 서로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절대자처럼. 이웃을 친구를 생각하며 여유를 갖고 살고 싶다.
아주 작은 들어줌이 친구의 생명이 될 수 있으니. 빨리 우울을 털고 활짝 웃으며 봄날을 지내야지. 활짝 개인 봄날처럼...연녹색의 봄날. 가지에 피어오르는 물기 오른 꽃망울처럼....우울한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