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판에서
강 희영
쌍무지개 뜨는 해변도로를 달리며
뭉게구름 가득한 수평선을 바라 본다
회색 도시에 가라 앉던 마음이
비취빛 바닷물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른다
불꽃나무마다 붉게 타 오르는 꽃잎들이
열정을 뿜어내며 말을 건다
쓰러질 듯 하늘대며 펼쳐진 갈대 숲을 지나
자살 절벽에 이르러 바라 보는 남태평양
미동 없이 서서히 출렁이는 시퍼런 바다
전쟁에 진 일본군이 자살한 곳
흰거품이 웃어 준다
그곳에 외롭게 자리한 태극전사들
전쟁에 산화된 대한의 젊은이들이 묵묵히 잠 자는 곳
나라 잃은 설움에 타국에 끌려 와
죽음을 당한 그들
관광 온 자국민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평화로운 이땅에서
숱한 총성을 날리던 지난날을 잊고
슬픈 이땅이
이제는 남태평양의 휴양지가 되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