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판에서

두부장사 2011. 12. 1. 00:24

싸이판에서

 

                            강 희영

 

쌍무지개 뜨는 해변도로를 달리며

뭉게구름 가득한 수평선을 바라 본다

 

회색 도시에 가라 앉던 마음이

비취빛 바닷물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른다

 

불꽃나무마다 붉게 타 오르는 꽃잎들이

열정을 뿜어내며 말을 건다

 

쓰러질 듯 하늘대며 펼쳐진 갈대 숲을 지나

자살 절벽에 이르러 바라 보는 남태평양

미동 없이 서서히 출렁이는 시퍼런 바다

전쟁에 진 일본군이 자살한 곳 

 흰거품이 웃어 준다

 

그곳에 외롭게 자리한 태극전사들

전쟁에 산화된 대한의 젊은이들이 묵묵히 잠 자는 곳

나라 잃은 설움에 타국에 끌려 와

죽음을 당한 그들

관광 온 자국민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평화로운 이땅에서

숱한 총성을 날리던 지난날을 잊고

슬픈 이땅이

이제는 남태평양의 휴양지가 되었노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를 찾아서  (0) 2011.12.01
도라지꽃  (0) 2011.12.01
호박  (0) 2011.12.01
캄캄한 밤이 가니  (0) 2011.12.01
교실에서  (0) 201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