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오던 날
강 희 영
장대비 오던 날
왠지 온천지에 내리는 빗줄기가 시원하다
천지가 물창이 내어졌건만
나는 천마산 기슭에 걸어가고 있다.
빗소리 물소리 물천지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고요한 산자락은 물소리에 혼이 나가고
걷고 있는 나그네는 천지의 음악소리에
황홀해서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덧 산 중턱
운무 마져도 갈 곳이 없어 산봉우리를 장대비에 내어 주고
계곡물에 떨어지는 장대비
속이 후련해지는 소리
무상무념의 빗속 여행
숲에 서서 나뭇잎과 이야기 하고
빗속에도 놀러 나온 나비와 함께 말벗을 한다.
혼자서 걸어가는 호젓한 산길
가끔씩 맞닥드리는 우산속 등산객들
우리는 왜 이 빗속에 산에 있는 것일까.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이 산속을 헤매는 것일까
우산으로 가리우고 가지만
그래도 감싸고 도는 빗물
이것도 행복한 일상의
자아 탐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