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장미
강 희 영
유난히 길고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
순백의 산야
수묵화처럼
눈 앞에 아른거려
마음속 깊이
차분히 산을 음미했었네
가지 끝에 달린
흰 눈에 취해
단 꿈이 채 깨기도 전에
오월의 장미
줄 장미 그대가
담자락마다 한꺼번에
자태를 뽐내고 있네
미안하네
그대여
어쩜
봉우리를 보지도 못한 체
활짝 핀
그대의 깜짝 출현
옛 정에 취해
잊어버린
그대는
오롯이 그대의 자리를
지켜 주어 고맙네